도쿄 첫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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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안자고 새벽부터 커피먹고 공항까지 데려다준 고마운 살찐민교

여행 일주일 전 중고구매한 크고 아름다운 빌링햄이 최대 에러가 되리라곤 저때 생각못했다.
그냥 많이 들어가면 장땡이라 생각했지..

치킨은 사랑입니다. 그렇지만 Break Time..

면세품으로 양손 가득 채워진채 38번 게이트에서 기다린다. 카트 없었으면 큰일 났을듯. 아베다 1L샴푸보며 뿌듯해합니다.

멍청하게 신주쿠역 한바퀴돌고 겨우겨우 찾은 용가리호텔.
이때부터 빌링햄이 짜증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1L 아베다 샴푸를 생각하며 뿌듯해 합니다.

일주일간 투숙하게된 용가리호텔!!
용가리에서 막 소리나고 푸슉푸슉 연기나고 막 투숙객만 구경가능하고
막 객실에 생수는 괜히 땄다가 돈받는거 아닌가 막 일본어 까막눈이라
읽지도 못하고 막 그러다가 그냥 마셨는데 무료였음.

용가리쑈 푸슉푸슉 콰아아앙 흐리멍텅한 날씨는 일주일간 지속된다.

일본엔 맛난 카페가 많다고들 하지만 아몰랑 일단 스벅카드 5천엔 PO충전WER

뉴욕에 가면 B&H에 가듯이 저절로 이끌려 도착한 요도바시 카메라 필름코너.
여긴 천국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가격은 한국이랑 별 차이 없음. 필름 사올껄..

키왕짱 105mm 1.4렌즈. mf105mm 1.8 af버전으로 리뉴얼된 렌즌데
직접 만져보고 마운트해본건 처음이다. 무게가 거의 1kg

난 모델이 없으므로 덕력풍기며 지나가는 아저씨 막 찍었는데 역시 105mm는 최고다.
여친렌즈는 85mm가 아니라 105mm가 틀림없다.

250만원짜리 렌즈 만져보고 집어온건 흑백 일회용 카메라.
사진은 개떡같이 나와도 진짜 재밌다. 플래시 밑에 버튼 눌러서 충전하고 찍으면 되는데
양손을 쓸 수 밖에 없어 약간 불편하다.

맵카메라였나. 여기서 침 많이 흘리고 나왔다. 종류가 겁나 많음. 가격은 착하지 않았음
그냥 나오기 뻘쭘해서 벼루고있던 M7용 소프트버튼 구매함.

음식사진 정말 못찍는듯. 이럴려면 28mm 1.8 왜 사갖고 갔는지 모르겠다.
장터에 내놨는데 팔리지도 않고 환장하겠네
일본 식당은 어딜가도 평타는 치는듯 오사카 시장스시로 말 많지만
적어도 내가 간곳들은 먹는걸로 장난치진 않았다.

신주쿠 돈키호테는 별로였음 사람많고 지저분하고 좁고 복잡하고
일본택시는 각그랜져처럼 중후하고 클래식한 멋이 있어서 계속 눈이 갔다.
물론 렉서스나 프리우스같은 요즘택시도 있었지만 크라운 이라는 모델명의 저 차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부분 택시들이 깨끗하고 기본요금이 쎄서 그런지 운전도 느긋하게 하는것 같았다.
기본요금이 730엔이었던가.. 그래서 타보진 않았다. 다음에 또 간다면 신기한 자동문으로 타고 내리는 경험을 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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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것

Tokyo, Japan, 2016

Tokyo, Japan, 2016

여기 가족사진이 있다.
노부부와 젊은 부부(혹은 남매) 꼬맹이들 사이에 중년 여성까지
그들은 유쾌해 보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슬퍼보이지도 않는다.
노부부의 점잖은 차림새로 보아 묘비의 주인과 관계가 가장 깊지 않나 싶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금방이라도 흩날릴듯한 4월의 쓰라린 벚꽃엔
아직 겨울의 차가운 흔적이 남아있을것 같다.

롤랑바르트의 표현대로 나를 찌르는건 왼쪽 구석 남자의
손끝에서 흐르는 물줄기다. 작가는 남자가 물을 다 받을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셔터를 작동시켰고, 트리밍하지 않음으로써
의도적인 배치를 증명한 셈인데, 때문에 재미난 사진이 됐다.
죽음은 타인의 것이기 때문에 모든 죽음을 기리는 행위들은
남겨진 가족들의 몫이다. 가족이 아닌 남자는
물을 덤덤히 받고 있으며 그의 파란통에 담긴 물은
아마도 묘비의 주인을 위해 쓰여질 것이다.

가족사진에는 설명이 필요 없어서 좋다.

2016/9/11 ~ 9/17 Tokyo

난생처음 호텔이란 곳에서 투숙하고 그토록 갈망하던 니콘뮤지엄을 방문하게 되었지만
D3s를 가져간 것과 중고LP를 한 장 밖에 건지지 못한것. 이 두가지만 빼면 만족할 만한 여행이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뭐 얼마나 대단한 사진을 찍겠다고
더 많은 필름을 소비하지 못함이 아쉽기만한데,
다시 깨끗하고 정갈한 골목길에 무수한 집들이 놓여져있는 예쁜동네를 누비고 싶다.

카메라와 필름, 렌즈가격은 충무로랑 차이가 없어서 너무 실망이 컸다.
저렴한 F3 한대 사들고 오는것도 목표였는데
일찌감치 포기하고 맛있는 음식에 더 투자하기로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필름을 잔뜩 들고 가는건데.

인스타그램 tokyo camera style 흉내내기 위해
첫번째 F를 가지고 갔다. 단지 저 사진을 찍기위해.
F의 펜타프리즘으로 만든 99개 한정 기념품까지
나름 니콘매니아로써 할 수 있는건 다 한 셈이다.
5만원짜리 기념품을 나말고 95명이 이미 사갔다니
장사는 이렇게 해야되는데! 일본인들 참 놀랍다.

준비완료

2016년 8월. 그중에도 보름동안 어마어마한 일들이 밀려들었다. 계획했던 일과 그러지 못한 일. 내 성격상 사소한 고민들과 싸우느라 많이 지쳤고, 그런 마음을 풀어주려 폭식이 늘 따라다녔다. 매일매일 너무나 더웠고 도로 위는 늘 아비규환이라 블랙박스를 전혀 다른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AC/DC가 노래한 Hell이 이런 느낌일까. 다 때려치고 싶은 때도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그동안 편한생활에 너무 길들여지지 않았나 싶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눞고싶고, 누우면 잠들고 싶고. 뭐, 다 그런거 아닌가. 어쨌거나 일본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빨리 니콘뮤지엄과 오타쿠들의 거리를 거닐고싶다!

Jungle 1차 시도 실패

오늘 서울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도 실패한 요인을 꼽자면,

1. 광복절이 낀 연휴의 시작이라 시내 교통흐름이 비교적 원할
2. 태양의 위치와 날씨
3. 렌즈대여업체의 싸가지

그래도 충무로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orange필터를 구했고, 한동안 잠자고있던 d3s의 바디캡을 장만했다.
이로써 10여년 전에 준태형한테 구매한 17-35는 다시 캐비넷 신세가 됐지만 의리로 환불해줬으면 좋겠다(오토포커스가 망가졌지만 롯데월드타워를 신나게 잘만 찍고 있다).
아무튼 이 무거운 렌즈를 갖고 일본을 가려 했다니 일주일동안 돌아다닌다면 중간에 버려버리던가, 아니면 골병만 얻어올게 분명하다.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 정말로.  똑딱이 살 돈 아끼겠다고 몸버릴뻔했다.
욕심이 많아도 적당히 포기할 줄 알아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28mm와 24mm, 그리고 35mm에서 다시 f1.4, f1.8, f2.8에서 많은 고민의 결과 28mm 1.8로 정했다. 가벼워서 땡. 그걸로 끝.

the clash - london calling

부산 중고 음반가게에서 새 음반 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구매한 london calling.
2장짜리 lp를 뒤집어가며 듣는건 게으른 사람에겐 정말 힘든 일이다. 자동으로 뒤집어주는 기능이 개발되어야한다.
1년도 안됐는데 오디오의 cd트레이가 나오질 않아 AS받아야 할 것 같다.
cd트레이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로 되는 일이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이럴 때 일수록 필름 현상을 해야된다.
이러다 얼룩생기면 또 시발시발 거리겠지
시발

집앞 노가다

작년 겨울부터 집앞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백날 놀고있는 중형카메라를 굴리기 위함과 재건축 이야기가 꾸준한 아파트의 변화부터 채집하고 싶었다.

원래는 이런 조합이었는데 라이카에 눈이 멀어

이렇게 바뀌었다.
계절이나 날씨변화에따라 한달에 두 컷 정도 촬영하니 대강 일년동안은 F4 필름실을 열게될 일은 없을듯 하다.

이태원에 팔려간 핫셀블라드를 추억하며 이런짓도 해보지만 예전 그맛이 안산다.
포맷도 작아졌고 F4에선 G타입 렌즈와 100% 호환이 안된다. 이럴때 수동 50mm렌즈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터무니없는 벨비아100 가격이 썩 유쾌하진 않지만, 난 노가다에 소질이 있으니깐.

흑백텔레비전

그대는 적어도 30여년은 켜켜이 묵혀져있던 칼라도 아닌 흑백텔레비전의 박스를 본적이 있는가.
모델명을 구글에 쳐봐도 이미지가 나오지 않는 20세기물건.
그럼에도 저 박스가 달리 다가오는건 한자로 적힌 삼성전자 로고때문만은 아닐테지.

ozzy osbourne - diary of a madman

5월, 이토록 더운달이었던가.
서점가 여행코너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나는 음반코너에서 고민중이었다.
새 LP는 사지 않겠단 다짐과 로얄알버트홀에서 열린 에릭크랩튼 70세 기념공연앨범(CD+공연DVD)과 가격이 같아 충돌했지만 랜디로즈의 기타소리가 너무 듣고싶었기때문에 개똥철학을 저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Layla가 블루스버전일것 같았다. 그건 끔찍한 일이다.
70세 생일 기념공연에 블루스버전의 Layla라니..
2011년에 내한했을때 통기타를 들고 Layla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항의의 표시로 앵콜곡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었다.
통기타로된 Layla라니.. 나로써는 용서할 수 없었다!

라이카

나 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내가 라이카를 사용하게 될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10년 넘는 기간동안 늘 니콘카메라를 사용했기때문에(지금도 그렇지만) 다른 카메라를 사용하는 상상을 해본적도 없었다. 
물건을 갖게되면 정붙히고 끝까지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장비를 현금화하는 고민과 합리화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 디지털에 많은 지분을 포기하고 필름으로 역행하는 셈인데 이제는 코닥 슬라이드 환등기가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매거진B 라이카편을 보며 라이카를 갖고싶단 생각을 한 1년 1개월 뒤, 35mm크론과 함께 라이카를 손에 넣었다. 착한 가격과 대신 곁을 떠난 503CX에 물린 Planar T*렌즈가 너무 좋았기때문에 50mm는 칼자이즈로 선택했으며, 첫 롤은 아쉽게도 컬러필름이다.

라이카 구입후 첫 컷

라이카 구입후 첫 컷

광화문, 2016

광화문, 2016

서울시청, 2016

서울시청, 2016

안동, 2016

안동, 2016

영덕, 2016

영덕, 2016

청송, 2016

청송, 2016

포항, 2016

포항, 2016

만듦새는 군더더기없이 정말 필요한 것만 딱 필요한 곳에 위치해있고, 적은 부피와 정숙한 셔터는 늘 휴대하기 최적화되어있으며 크기에 반비례하는 가격대를 형성한 렌즈들은 추가 뽐뿌를 막아준다. 끝으로 내가 라이카를 소유하게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를 세뇌시켜준 이태원의 간판없는 집 두 주인장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꽃놀이

이런 꽃사진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단지 벚꽃은 매년 돌고돌아 내게 올때마다 잊은 적도 없지만 잊어선 안될 기억을 각인 시키는 하나의 지표인 셈이다.

쿨한 사내의 핫셀블라-드

지난 롯데월드타워덕후의 핫셀블라드는 소품일 뿐이었는데 윤회형의 사진 기대한다는 말에 깊이 반성하며 어제, 다시 핫셀블라드를 꺼내들고 잠실로 향했다.

저번주에 눈여겨본 바로는, 오금로에 위치한 GS주유소가 망했는지 입구에는 공사용 칸막이가 쳐져있고 그 위로 주유소 특유의 지붕에 정유사 로고만 떼어진채 드러나 있었다. 앙상한 나뭇가지는 가지치기하고 난뒤라 깔끔했고, 하얀 칸막이와 오후4시의 긴 태양이 묘한 느낌을 발산하고있었지만 그땐 503cx, d3s, f6 이렇게 가지고 있던터라 xpan으로 찍으면 간지나겠다는 생각에 다음주로 미뤄놓은게 큰 실수가 되어버렸다.

대구에서의 유랑생활을 마치고 바로 집을 나섰지만 날씨가 많이 흐렸다. 아무리 벨비아100이지만 하늘이 쾌청하지 않으니 걱정이었다. 그렇지만 윤회형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었다. hp5가 들어있는xpan과 벨비아100이 들어있는 핫셀블라드 503cx를 챙겨 xpan으로 주유소를 찍고 바로 잠실로 갈 계획을 짜고 출발했으나 사거리 코너를 돌자마자 깜짝 놀랄 수 밖에없었다. 하얀 칸막이는 더 높아졌고 사라져버린 주유소지붕대신 현대중공업을 뜻하는 "HYUNDAI'글씨가 선명히 박힌 포크레인만 삐죽 나와있을 뿐이었다. '이런ㅅㅂ'를 속으로 108번쯤 되새기며 아쉬운대로 촬영을 시작했다. 오금로는 일요일보단 토요일이 차량 통행량이 많으며, 내가 찍고자하는 위치 바로 옆엔 버스정류장이 존재하며 버스는 3313,3314,3315,2311,3417 이렇게 4개 노선이 상행, 하행 나누어서 내 시야를 방해했고 왼쪽에는 3.1절 전이라 태극기도 게양되어있었다. 우에서 좌로 바람이 불어주면 좋았으련만 그게 내맘대로 될 턱이있다. 바람은 좌에서 우로 불고있었고 태극기는 내게 나라사랑을 잊지말자고 말하듯이 xpan 뷰파인더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마치 대한독립을 외치듯이 태극기를 한손에 붙잡고 찍을려는 찰나, 신호대기하는 차량들이 줄지어 뷰파인더에 나타났다. 신호를 6번정도 보내고 겨우 xpan마지막 흑백필름의 한컷을 촬영하고 칼라필름을 넣기 시작했다. xpan에게는 첫 번째 칼라필름이다. 몇 년을 100ft 흑백필름만 쓰다 오랜만에 칼라필름의 뚜껑을 여니 특유의 똥내가 후각을 자극했다. 잠시 아찔한 기운을 느꼈지만 잊었던 옛기억을 되새기는 마냥 쿨하게 xpan덮개를 닫았다. '위이이이이잉, 지징!' 하며 필름카운터에 20이란 숫자가 떴다. 내 100ft필름은 36*24 기준 30컷 정도가 들어가게 감아놓기때문에 xpan에서는 보통 18의 숫자가 뜨는데 여간 기분이 이상한게 아니다. '20이군' 중얼거리며 xpan의 iso를 200으로 설정하고 두컷 정도 촬영하고 잠실로 향했다.

Just older, 2016

Just older, 2016

늘 한달에 한번씩 촬영하는 5단지 15층 비상계단을 다닌지 4년정도 됐다. 그동안 15층 비상계단에서 찍힌 사진은 많이 봐왔지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오늘은 달랐다. 롯데월드몰 버스정류장을 지날때쯤 530동 15층 비상계단에 흰색 후드를 뒤집어쓴 사람이 추위에 괴로워하는 모습과 삼각대에 설치된 카메라가 얼핏 실루엣으로 보였다. (내 시력 좌우1.2) 잠실역 사거리를 지나는 순간까지도 있길래 나처럼 금방 촬영하고 빠지는 사람은 아닌듯 싶고 롯데외주나 개인작업으로 타임랩스같은걸 찍는구나 하고 어차피 마주쳐야한다며 쿨내라도 풍기기위해 노출계로 미리 노출을 측정 해놓았다. '16반에 1/125'... 503cx에 세팅을 하고 어깨에 걸친다음 쿨내나게 아파트로 진입했다. 엘리베이터 15층을 누르며 어떻게하면 쿨내나게 촬영을 할 수 있을까 고민고민하다가 어느새 15층에 도착했다. 몇년 동안 다니니 내집 아파트처럼은 아니고 존재하진않지만 여자친구 집 놀러가듯이 유유히 복도를 가로질러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비상계단 문 끝에 다다르니 돌돌이 연장선으로 전원까지 끌어다 쓰는 모습이 보였다. '백퍼 타임랩스겠군' 나의 쿨내가 이태원의 팕작가님에게도 닿을 수 있게 철문을 조금 거칠게 열며 옥상으로 향하는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당황해하는 남녀를 한번씩 쳐다봐주고 이내 내 포인트에는 타임랩스가 열심히 돌아가기에 조금 옆에서 503cx의 웨스트레벨파인더로 구도를 잡기 시작했다. 노출은 밑에서 미리 맞추어 놓았고, 촛점은 무한대로 맞춰놓으면 됐으니 확대경없이 구도만 맞춰서 찍기만 하면된다. 두어컷정도 촬영하고 내려갈려 했으나 두번째 컷이 조금 오래걸렸다. 웨스트레벨파인더는 좌우 반전이라 애매하게 삐뚤기만 한것이었다. 내 쿨내가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심혈을 기울여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모습으로 보일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프린터위에 올려둔 프리즘 파인더를 두고온걸 후회하긴 했지만 이제와서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난 팕작가님의 동기이기때문에 어떻게든 쿨내를 풍겨야했다. 흡족해하며 내려와서 몇컷 정도 더 촬영하고는 스무디킹에서 스트로베리익스트림으로 나 자신에게 상을 주며 하루를 마감했다. 노출계의 iso가 400으로 세팅되어있던걸 미처 알지 못한채..

2016년 2월의 롯데타워덕후

끝없이 올라갈 듯했던 타워의 끝이 보인다.

직장인이되고 돈을 벌면 필름값 부담으로부터 벗어날 줄 알았는데 필름가격도 부지런히 쫓아오고 있었구나. 또 한 번의 인상소식이 들려온다.

그동안 사진이 재미없었던 이유가 사진에 사람이 들어있지 않아서 인것 같다.

은하계

이태원 팕작가님은 지금과 다르게 머리카락이 존재했을 시절부터(그땐 남관의 어느 누구도 10년뒤에 라이카를 사게될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누누히 강조했던 말이있다. "수세가 조낸중요하다" 이는 싸이월드 그림판으로 그림까지 그려가며 강조하던 부분인데 작년까진 이 말에 동의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당당히 이태원 팕작가님에게 "아닙니다! 건조가 조낸 중요합니다!" 라고 반기를 들 수 있다.
1977년부터 이어온 인트로를 찍은 필름과 황무지의 정기, 1:9비율 PQ와의 3분30초간의 조우와 과한 포토플로 희석비가 만든 저 은하계를 보라! 저 입자알갱이들이 조지루카스가 표현하고자 했던 그 광활한 은하계가 아니냐 따진다면 할말은 없지만.

다르다

내뱉은 말엔 항상 "왜?"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냥" 혹은 "귀찮아서"처럼 무책임한 대답을 가장 싫어한다.
무리의 평화를 위해서 내가 먼저 꼬리를 내리는 편인데, 이는 '나는 저런사람이 되지 말아야지'라는 결과의 산물.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아날로그는 먼지나 충격 혹은 그 밖에 각종 변수에 민감하다. 손도 많이가고 돈도 적잖이 들어가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충분한 매력이 존재한다. 세상은 넓고 명반은 많으며 자금은 한정적이다. 아, 너무나 슬픈일이다.
슈퍼카 보다 4x5판 대형카메라와 코닥 슬라이드환등기, 필름건조기를 갖고 싶다.

지금 돌고 있는 UFO의 Lights out이 다 다돌면 보게 될 응팔에서도 미놀타 수동카메라와 36방짜리 필름 그리고 LP판이 나오는데, 이런 아이템들이 누군가에겐 응답해야할 추억이겠지만 내겐 현재진행형이다.

R.I.P. David Bowie

정말 전설이 되어버렸습니다.
당신의 오랜친구와 함께 불렀던 노래를 추모공연에서 힘주어 부르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지금 당신의 신보가, 유작이 너무나도 무겁게 울립니다.

싸구려버튼음

오랜만에 작업실에서 현상을 하려했는데 일포솔이 다 썩어있었다. 구글이미지검색으로 원래 그런가 찾아봤는데 종종 시커먼 약품사진이 올라오긴하는데 여간 찝찝한게 아니다. 내돈주고 사는 몇 안되는 약품(...)이라 아까웠지만 폐수통으로 직행.
마찬가지로 썩어가던 PQ(색깔이 멀쩡한)로 총 10롤을 현상했는데 하나같이 물줄기자국이 남는다. 깊은 분노를 억누르고 스캐너에 넣어봤지만 스캐너에는 얼룩이 잡히지 않는다. 다행인건지.

턴테이블이 되는 오디오를 들여왔다. 레코드포럼에서 싸게 충동구매한 '에릭크랩튼과 친구들'(CD로는 출시되지 않았다.) 라이브 음반이 많은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생각외로 무시무시한 크기와 무게, 무식하게 또각거리는 싸구려 버튼음과 화이트노이즈에 다시한번 놀랬다.

옆에서 네모난 스캐너가 갤갤대며 일포드 필름을 디지털파일로 변환중인데, 하나같이 오래된 아파트, 시골 버스정류장, 5만원짜리 모텔사진뿐이다. 재밌는 사진이 없어서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