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것

Tokyo, Japan, 2016

Tokyo, Japan, 2016

여기 가족사진이 있다.
노부부와 젊은 부부(혹은 남매) 꼬맹이들 사이에 중년 여성까지
그들은 유쾌해 보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슬퍼보이지도 않는다.
노부부의 점잖은 차림새로 보아 묘비의 주인과 관계가 가장 깊지 않나 싶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금방이라도 흩날릴듯한 4월의 쓰라린 벚꽃엔
아직 겨울의 차가운 흔적이 남아있을것 같다.

롤랑바르트의 표현대로 나를 찌르는건 왼쪽 구석 남자의
손끝에서 흐르는 물줄기다. 작가는 남자가 물을 다 받을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셔터를 작동시켰고, 트리밍하지 않음으로써
의도적인 배치를 증명한 셈인데, 때문에 재미난 사진이 됐다.
죽음은 타인의 것이기 때문에 모든 죽음을 기리는 행위들은
남겨진 가족들의 몫이다. 가족이 아닌 남자는
물을 덤덤히 받고 있으며 그의 파란통에 담긴 물은
아마도 묘비의 주인을 위해 쓰여질 것이다.

가족사진에는 설명이 필요 없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