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동굴

가족과 어렸을적 가본 고씨동굴(고씨굴)의 기억은
수 십번의 계절을 돌고돌아 고씨동굴이라는 이름만 얇게 남아 있었고,
영월에 있다는것도 오늘날에서야 알게됐다.

그 시절 이 머나먼 길을 종이지도로 왔을까.
멀미가 날 듯 굽이굽이 달리던 도로는 
개선되어 쭉 뻗은 신도로에 역할을 양보했고 
뒷자리에서 창밖을 구경하던 꼬맹이는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가던 발걸음을 멈춰 
낡은 것을 채집하는걸 좋아하는 성인으로 운전석에 앉아있다.

그 시절을 함께 회상할 대상이 사라져버려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것으로 몽땅 변해버린 어린기억은
낡은 터미널 행선지처럼 우두커니 남아있다.